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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략은 없고 구호만 요란한 ‘첨단국방드론산업의 중심’ 포천



지난 4일,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 다녀왔다. 첨단국방드론산업의 잠재력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유관 방산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가능하다면, 전시회장에서 우리 시(市) 기회발전특구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여러 방산 관계자들을 만나고 기회발전특구를 유치했거나 방산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인 지자체들을 접하고 난 뒤, 소위 ‘첨단국방드론산업의 중심’, 포천에 대한 기대감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포천에 방위산업전시회를 유치함으로써 첨단방위산업단지와 방산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다”라는 모 의원의 황당한 기고처럼, 시대착오적이고 뜬구름 잡는 희망이나 논하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전시회장에서 국방드론 산업에 대한 우리 시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자문해 보았다. 수도권, 아시아 최대규모 훈련장, 지역 곳곳에 산재한 군부대 및 군사시설 모두 ‘과거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우리 시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강점만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기업을 유치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게 시정(市政) 목표라면 기업과 투자자의 입장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다. 항공우주, 기동, 화력 등 각 부문에 걸쳐 소수의 체계개발업체를 중심으로 수십에서 수백여 개의 협력업체가 하나의 방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드론산업 인프라가 전무(全無)한 포천의 입장에서, 타 지자체의 앵커기업을 시 관내에 유치하는 일은 방산 생태계 하나를 뿌리째 뽑아 옮기는 일과 같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어느 기업도 선뜻 나서기 힘든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 시설 이전과 신규 투자를 위한 국방, 방산 및 정보기관의 각종 인허가도 부담이다.

설령 어렵게 앵커기업을 유치했다고 치자. 이제부터는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올해 6월, 대전(유성구)과 경북(구미시)이 방산 부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두 지자체 모두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유·무인 복합체계 및 드론특화형 국방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우리 시가 육성하려는 첨단국방드론산업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러나 대전(유성)과 경북(구미)은 이미 과거부터 방산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지역이다. 인프라도 풍부하다. 기회발전특구도 방산업체가 밀집한 첨단국방산단과 국가산단 등을 중심으로 지정했다. 어디 이뿐인가. 유·무인기 분야의 대표적인 체계개발업체인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이미 부산과 경남에 뿌리 깊은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충남도 3군 본부와 연구기관이 인접한 계룡시 및 논산시를 중심으로 국방특화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 시와 비교하면 출발선부터 다르다. 집행부 계획에 따르면 2032년까지 기회발전특구를 조성할 예정인데, 지금부터 무려 8년이 걸린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무기체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8년 뒤에도 국방드론이 첨단산업으로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 당장의 규제완화와 각종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지자체를 놔두고 우리 시를 선택할만한 유인(誘因)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집행부가 기회발전특구 앵커기업으로 접촉하고 있는 방산업체가 실제 국방드론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애매하다. 본 의원이 전시회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국방드론 관련 사업은 계획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런 기업을 첨단국방드론산업을 주도할 앵커기업으로 유치하는 게 타당한 일인가. 실체 없는 막연한 기대에 우리 시의 명운(命運)을 걸어서는 안 된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 기업은 타 지자체에 무기체계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을 준공했다. 시장이 직접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정도다. 상식선에서, 이제 막 대형 투자를 마친 기업이 우리 시에 내비친 (구속력 없는) 투자 의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타 지자체 기회발전특구에 소재한 어느 드론업체 관계자는 포천의 지리적인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 전체가 비행금지구역이고, 일부 드론특별자유화구역에서 드론 개발 및 비행 등에 관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드론 비행에 장애가 되는 공역[비행금지(제한)구역, 관제권 등] 자체가 없는 다른 지자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누차 강조하지만, 본 의원은 기회발전특구를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발전특구 유치, 첨단국방드론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는 1+1=2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가깝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우리 시가 직면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 시가 잘할 수 있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특구 지정을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보는 이유다. 포천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다고 해도, 첨단국방드론산업 중심의 산단 조성은 산업 규모의 한계, 레드오션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 등을 감안할 때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본 의원 생각에, 기회발전특구 앵커산업으로 여러 분야를 동시에 지정 받은 타 지자체 사례(▲경주: 물류단지, 자동차부품 ▲익산·정읍: 동물용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구미: 반도체, 이차전지, 방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구의 확장성을 감안해 우리 시도 ‘국방드론’만 고집할 게 아니라, ‘특수섬유소재’, ‘식품클러스터’ 등을 앵커산업으로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방드론’도 대전(유성)과 경북(구미)처럼 ‘방산’으로 개념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전시회에 다녀온 뒤 걱정만 한가득인데, 집행부 소관부서는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여부를 떠나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 집행부가 기회발전특구를 추진하는 목적이 오로지 특구 ‘지정’에 있는 게 아니라 포천의 더 큰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기회발전특구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대해 거듭 숙고하기 바란다.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는 기대의 끝은 절망뿐이다. 선승구전(先勝求戰), 이겨놓고 싸우라는 손자병법의 지혜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